유딧서
제1장
1 대도시 니느웨에서 아시리아를 통치하고 있던 느부갓네살왕 제12년에 있었던 일이다. 그 때에 메대인의 왕 아르박삿은 엑바타나에서 백성을 다스리며
2 엑바타나 주위에 높이 105척, 두께 75척 되는 성을 쌓았는데 거기에 폭 4척 반, 길이 9척으로 다듬은 돌을 사용하였다.
3 그리고 그 성문마다 90척 나비로 기초를 닦고 거기에 높이 150척 되는 탑을 세웠다.
4 그 성문은 높이가 105척, 나비가 60척이나 되게 만들었기 때문에 많은 군대가 한꺼번에 통과할 수 있었고 보병대는 대오를 지어서 행진해 나갈 수 있었다.
5 그 무렵에 느부갓네살왕이 아르박삿왕에게 싸움을 걸어서 라가오 지방의 대평야에서 싸우게 되었다.
6 그래서 산간지방에 사는 모든 사람들과 유프라테스, 티그리스, 히다스페스강 가에 사는 모든 주민들과 엘람 사람들의 왕 아룍의 지배하에 있는 평원의 모든 사람들이 아르박삿왕 밑으로 모여 들었다. 그리고 다른 많은 백성들도 켈레우드 사람들과의 싸움에 가담하려고 모여 들었다.
7 그래서 아시리아의 느부갓네살왕은 다음과 같은 여러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게 사신을 보냈다. 페르샤를 비롯하여 길리기아, 다마스커스, 레바논, 안티레바논 등 서쪽 여러 지방, 지중해 연안지방,
8 가르멜, 길르앗, 상부 갈릴래아, 에스드렐론의 대평야,
9 사마리아와 그 지방 도시들과 요르단강 서쪽, 예루살렘, 베다니아, 켈루스, 카데스, 에집트의 강, 다흐반헤스, 라므세스, 고셀,
10 타니스, 멤피스, 에디오피아 접경에 이르기까지의 온 에집트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게 사신을 보냈던 것이다.
11 이 온 지방의 여러 주민들은 모두가 아시리아의 왕 느부갓네살의 명령을 우습게 여기고 그 전쟁에 가담하지 않았다. 그들은 왕을 한낱 하나의 인간으로밖에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를 무서워하지 않고 그 사신들에게 치욕을 주어 빈손으로 돌려보냈다.
12 그래서 이 온 지방 사람들에 대한 느부갓네살왕의 노여움은 극도에 달했다. 그는 지중해와 페르샤 사이에 있는 지방, 즉 길리기아와 다마스커스, 시리아의 모든 지방, 모압 지방의 모든 주민, 암몬 사람들, 전 유다와 에집트의 모든 주민들을 한칼로 무찔러 복수하겠다고 자기 왕위와 왕국을 걸어 맹세하였다.
13 그리고 느부갓네살왕은 제십 칠 년에 아르박삿왕을 치러 군대를 진격시켜서 일대 교전을 한 끝에 그의 군대를 무찔렀다. 그래서 아르박삿왕의 전 군대와 전 기병대와 모든 전차대를 분쇄하였다.
14 왕은 메대의 여러 도시를 점령하고 엑바타나까지 진격하여 그 탑들을 빼앗고 시장을 약탈하였다. 그리하여 엑바타나의 영화는 치욕으로 변했다.
15 왕은 아르박삿을 라가오산 속에서 생포하여 창으로 찔러 완전히 없애 버렸다.
16 왕은 자기 군대와 자기에게 합세했던 여러 민족의 군대를 거느리고 니느웨로 개선하였다. 그리고 자기 군대와 함께 백 이십 일 동안 충분히 휴식하며 잔치를 베풀었다.
제2장
1 아시리아의 느부갓네살왕 제18년 1월 22일 왕은 이미 자기가 맹세한 대로 자기의 명령을 거역했던 전 지역에 대한 복수를 논의하기 위해서 궁전에 회의를 소집하였다.
2 왕은 모든 신하와 귀족들을 불러 놓고 비밀회담을 하며 이 전 지역을 송두리째 없애 버릴 뜻을 자기 입으로 명백히 하였다.
3 그래서 그들은 왕의 명령을 거역한 자들을 없애 버리기로 결의하였다.
4 회의가 끝나자, 아시리아의 느부갓네살왕은 자기 군대 총사령관이며 왕 다음가는 지위에 있는 홀로페르네스를 불러서 다음과 같이 일렀다.
5 “온 땅의 주인인 대왕의 말을 들으시오. 경은 이 자리를 물러가서 용감무쌍한 보병 12만과 기병 1만 2천기를 거느리고,
6 내 입에서 떨어진 명령을 감히 불복한 자들이 사는 서방의 전 지역을 치러가시오.
7 그들에게 무조건 항복하라고 전하시오. 내가 대단히 노하여 그들에게 진군할 것이며 그들의 온 땅을 나의 군대가 짓밟을 것이며
8 산골짜기는 부상자들로 메워질 것이고 흐르는 강은 시체로 메워져 넘쳐흐를 것이오.
9 그리고 그들을 사로잡아서 땅 끝으로 쫓아 버리겠소.
10 자 나가시오. 경은 나보다 먼저 가서 그들의 땅을 점령하시오. 그들이 항복하거든 내가 가서 처벌하는 날까지 붙들어 두시오.
11 경이 점령한 땅에서 경에게 불복하는 자가 있거든 가차 없이 죽이고 그 재산을 몰수하시오.
12 나는 내 목숨과 왕권을 걸고 한번 말한 것은 내 손으로 이루고야 마오.
13 경은, 경의 상전인 나의 명령을 한 마디도 어기지 말고 내가 명령한 대로 지체 없이 완수하시오.”
14 그래서 홀로페르네스는 어전에서 물러나와 아시리아군의 모든 장성들과 부대장들과 기타 장교들을 소집하였다.
15 그리고 왕의 명령대로 정예병 12만과 활 쏘는 기병대 1만 2천 명을 소집하여
16 전열을 가다듬었다.
17 짐을 나르기 위해서 엄청난 수의 낙타와 노새와 나귀를 징발시켰고 군량으로는 무수한 양과 소와 염소를 징발하였다.
18 그리고 각 병사가 먹을 양식을 충분히 마련하였고 국고로부터 많은 금과 은을 받아가지고 갔다.
19 그는 느부갓네살왕보다 앞서서 서방의 온 지역을 전차대와 기병대와 정예보병대로 휩쓸려고 자기 전군을 이끌고 출발하였다.
20 이 밖에도 그를 따라 간 잡다한 군대의 수는 메뚜기 떼나 땅의 모래알처럼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21 홀로페르네스는 니느웨를 출발한 지 3일 만에 백티렛의 평야 가까이까지 진군하였다. 그리고 상부 길리기아 북쪽에 있는 산 근처에서 백티렛을 향하여 진을 쳤다.
22 거기에서 그는 보병대와 기병대와 전차대의 전군을 이끌고 산악지대로 진격하여
23 푸트와 룻을 짓밟고 라시스 사람들과 켈레아 남쪽의 사막 근처에 사는 이스마엘 사람들을 약탈하였다.
24 그리고 그는 유프라테스강을 따라 메소포타미아 지방을 횡단하면서 아브로나 계곡에 있는 여러 요새도시를 섬멸하고 마침내 지중해에 이르렀다.
25 이어서 길리기아 지방을 점령하고 반항하는 자들을 모두 죽여 버리고 아라비아를 바라보는 야벳의 남쪽 접경까지 진군하였다.
26 그리고 미디안 사람들을 모조리 포위하고 그들의 천막을 불사른 다음, 가축을 약탈하였다.
27 밀 수확이 한창일 때에 그는 다마스커스 평야로 내려가 밀밭을 불사르고 소와 양떼를 쓸어버리고 여러 도시들을 약탈한 다음, 전답을 짓밟고 젊은이들을 모두 칼로 찔러 죽였다.
28 그래서 지중해 연안 시돈과 띠로의 해안지방에 사는 모든 사람들과 수르, 오끼나, 얌니아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그를 무서워하며 덜덜 떨었다. 아조토와 아스칼론에 사는 사람들도 그를 몹시 무서워하였다.
제3장
1 그래서 그들은 홀로페르네스에게 사신들을 보내며 다음과 같은 말로 화평을 청하게 하였다.
2 “우리는 느부갓네살왕의 종입니다. 이렇게 장군 앞에 엎드렸으니 처분대로 하십시오.
3 우리들이 사는 집과 모든 토지와 밀밭, 양과 소 그리고 모든 축사들은 다 장군의 처분에 맡깁니다.
4 우리들의 도성과 그 주민들도 다 장군의 종들이니 오셔서 좋으실 대로 처분하십시오.”
5 사신들이 홀로페르네스에게 와서 이와 같은 말을 전달하자,
6 그는 자기 군대를 이끌고 요새도시에 수비병을 배치하고 시민들 중에서 뽑아낸 사람들을 자기 보충병으로 삼았다.
7 그곳 주민과 그 주변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화환을 쓰고 북치고 춤추면서 그를 환영하였다.
8 그러나 이 나라의 모든 신들을 없애 버리라는 사명을 받고 온 홀로페르네스는 그들의 모든 영토를 짓밟고 신들을 모시던 숲을 베어 버린 다음 모든 백성들로 하여금 느부갓네살만을 예배하게 하고 언어와 종족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대왕을 신으로 받들게 하였다.
9 그리고는 유다의 큰 산악지대 맞은편에 있는 도다인 근처 에스드렐론을 향해서 진격하여
10 게바와 스키토폴리스 사이에 진을 쳤다. 그리고 그는 군량을 확보하기 위해서 옹근 한 달을 머물렀다.
제4장
1 유다의 이스라엘 사람들은 아시리아 왕 느부갓네살의 총사령관인 홀로페르네스가 여러 민족을 굴복시키고 그들의 신전을 무참히 약탈하고 파괴해 버렸다는 소리를 들었다.
2 그래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홀로페르네스를 눈앞에 보면서 무서워 떨었고, 예루살렘과 그들의 주 하느님을 생각하며 안절부절 못하였다.
3 그들이 포로생활로부터 돌아 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유다의 모든 백성들이 한곳에 모이게 된 것도 최근의 일이었으며 더럽혀졌던 성전과 기물과 제단을 깨끗이 한 것도 바로 엊그제 일이었던 것이다.
4 그래서 그들을 사마리아, 코나, 벳호론, 벨마인, 예리고 등 여러 지방과 코바, 아이소라, 살렘 계곡으로 사람을 보내어
5 높은 산꼭대기를 모두 먼저 확보하게 하고 촌락들은 성을 쌓게 하였다. 마침 추수가 끝난 때였기 때문에 전쟁 준비로 식량을 마련해 놓으라고 하였다.
6 당시 예루살렘의 대사제였던 요야킴은 도다인 근처의 평원을 향하고 있는 에스드렐론의 맞은편에 있는 베툴리아와 베트마스타임에 있는 주민들에게 편지를 보내어
7 산간지방에 여러 통로들을 고수하라고 명령하였다. 이 통로들은 유다로 들어가는 관문으로서 겨우 2사람이 통행할 수 있을 정도로 좁았기 때문에 침입자들을 쉽게 막을 수 있는 곳이었다.
8 이 통고를 받은 온 이스라엘 사람들은 대사제 요야킴과 이스라엘 모든 백성의 원로들이 예루살렘에 모여서 결정한 명령을 수행하였다.
9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은 지극히 겸손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열렬히 애원하였다.
10 그들 자신은 물론 처자, 가축, 동거인, 일꾼, 팔려온 노예까지도 모두 베옷을 몸에 걸쳤다.
11 예루살렘에 사는 사람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아이들까지도 성전 앞에 엎드렸고 머리 위에 재를 뿌리며 주님 앞에 베옷을 펼쳐 깔고
12 제단 주위를 삼베로 둘렀다. 그리고는 마음을 합하여 이스라엘의 하느님께 간절히 부르짖으며, 자기 자녀들이 원수들의 밥이 되지 않게, 자기의 아내들이 포로로 끌려가지 않게, 조상이 물려준 도시들이 파멸되지 않게 그리고 성전이 이방인들의 손에 더럽혀지거나 치욕거리가 되거나 웃음거리가 되지 않게 해 달라고 하였다.
13 주님께서는 그들이 부르짖는 소리를 들어 주시고 그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시고 측은히 여기셨다. 온 유다와 예루살렘에 사는 사람들이 전능하신 주님의 성전 앞에서 여러 날 단식을 하였다.
14 대사제 요야킴과 주님 앞에 서는 모든 사제들과 주님을 섬기는 모든 사람들은 베옷을 입고, 날마다 드리는 번제를 드렸으며 하느님과의 맹약의 표시로 백성들이 바치는 제물과 자유로 드리는 예물을 드렸다.
15 그들은 머릿수건 위에 재를 뿌리고 주님께 힘껏 부르짖으며 이스라엘의 모든 집안을 은총으로 보살펴 주시기를 애원하였다.
제5장
1 아시리아군의 총사령관 홀로페르네스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전쟁 준비를 하면서 산악지대에 통로를 막을 뿐 아니라 모두 높은 산봉우리에 성을 쌓고 평지에는 방책을 쳤다는 정보를 들었다.
2 그는 화가 잔뜩 나서 모압의 모든 영주들과 암몬의 지휘관들과 해안지방의 모든 장관들을 불러 놓고,
3 이렇게 말하였다. “가나안의 주민 여러분, 산간지대에 사는 주민에 관해서 좀 알려 주시오. 그들은 어떤 사람들이오? 그들이 살고 있는 도시의 형편이 어떻소? 그들의 병력은 얼마나 되오? 어떻게 해서 그 군대가 그렇게 강하고 힘 있게 되었소? 그 백성을 다스리고 군을 지휘하는 왕이 누구요?
4 그리고 서방의 주민들 중에 그들만이 나를 거역하고 환영하러 나오지 않았는데 어찌 된 셈이오?”
5 그러자 암몬 사람들의 총지휘관 아키오르가 나서서 대답하였다. “이 종이 주인님께 말씀드립니다. 주인님이 주둔하고 계시는 이 근방 산악지대 주민에 관한 실정을 그대로 말씀드립니다. 이 종의 입에서는 거짓말이라곤 한 마디도 새어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6 그들은 갈대아인의 후예로서,
7 그들의 조상이 갈대아 땅에서 섬기던 신들을 섬기기가 싫어서 메소포타미아로 옮겨 가서 산 적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8 그들은 자기 조상들의 생활 관습을 떠나서, 하늘의 하느님을 인정하고 하느님을 예배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조상의 신들을 버렸기 때문에 그들은 그 앞에서 추방되어 메소포타미아로 도망가서 그 곳에 오랫동안 머물렀습니다.
9 그들은 그들이 머물러 있는 땅을 떠나서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라는 하느님의 지시를 받고 그리로 가서 정착하고 금과 은을 많이 가지게 되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가축을 풍부하게 얻었습니다.
10 그러나 그 후에 기근이 가나안 온 땅을 휩쓸었기 때문에 이집트로 내려가서 거기에 머물면서 잘 먹고 살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그들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가 많아져서 큰 민족이 되었습니다.
11 그래서 이집트 왕은 그들을 억누르기 시작하여 그들을 벽돌 굽는 중노동을 시키고 비천한 노예로 삼는 등 교묘한 정책을 썼습니다.
12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기들의 하느님에게 그들의 처지를 호소하게 되었고 하느님은 사람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재앙으로 온 이집트 땅을 내려쳤습니다. 그래서 이집트 사람들은 그들을 멀리 쫓아 버렸습니다.
13 그들의 하느님은 홍해 물을 말려서 그들의 가는 길을 터주고 그들을
14 시나이와 카데스바르네아로 가는 길로 인도했습니다. 사막의 주민들을 모두 쫓아내고,
15 아모리 사람들의 땅에 정착한 다음 강력하게 된 그들은 헤스본 사람들을 전멸시키고 요르단강을 건너서 이 산악지대를 모두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16 그들은 가나안 사람들과 브리즈 사람들과 여부스 사람, 세겜 사람, 기르갓 사람들을 모두 쫓아내고 오랫동안 여기에서 살았습니다.
17 그들의 하느님은 불의를 미워하는 하느님이어서 그들이 하느님에게 죄를 짓지 않는 동안에는 번영했습니다.
18 그러나 그 후에 그들은 하느님이 정해 준 길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여러 전쟁에서 참패하고 포로로 잡혀서 외국으로 끌려갔으며 그들의 신전은 완전히 파괴되고 도시들은 적군에게 빼앗겼던 것입니다.
19 그러나 지금 그들은 하느님에게 다시 돌아 왔고 여러 곳에 흩어져 살던 사람들이 돌아 와 성전이 있는 예루살렘을 다시 찾았으며 아무도 살지 않던 이 산악지대에 다시 자리를 잡았습니다.
20 그러니 상전 되시는 주인님, 만일 이 백성이 잘못을 저질러 하느님에게 죄를 짓는다면 그것이 그들의 멸망의 원인이 될 터이니 우리는 그 때를 잘 살폈다가 올라가서 그들을 쳐부숩시다.
21 그러나 그 백성이 율법을 어기는 일이 없다면 그들의 주님인 하느님이 그들을 잘 지켜 줄 터이니 주인님은 그들을 내버려 두십시오. 잘못하다가는 우리가 세상의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22 아키오르가 말을 마치자 천막 주위에 둘러섰던 사람들은 모두 웅성대기 시작했고, 홀로페르네스 밑에 있는 지휘관들과 해안지방에 사는 사람들과 모압의 주민들은 아키오르를 사형에 처하라고 주장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23 “우리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조금도 무서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들은 격렬한 전쟁을 버텨 나갈 만한 힘이 없는 무력한 백성입니다.
24 자, 그러니 홀로페르네스 각하, 빨리 올라갑시다. 각하의 대군은 그들을 휩쓸고 말 것입니다.”
제6장
1 회의장을 둘러 서 있던 사람들의 웅성대는 소리가 가라앉자, 아시리아군의 총사령관인 홀로페르네스는 여러 나라 사람 앞에서 아키오르와 암몬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2 “아키오르, 네가 뭔데 암몬의 용병들을 데리고 와서 오늘 이렇게 우리에게 예언을 하느냐? 이스라엘 사람들이 신의 가호를 받고 있으니 싸움을 하지 말라고? 느부갓네살 외에 또 신이 어디 있단 말이냐? 그분이 파견한 군대가 이 지상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을 전멸시키리니, 그들의 하느님이 절대로 그들을 구할 수 없을 것이다.
3 왕의 종인 우리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을 단 한 사람을 처치하듯이 쉽게 때려눕힐 것이다. 그들은 우리의 기병대를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4 우리는 그들을 태워 버릴 것이고 산들은 온통 그들의 피로 물들 것이며 평야는 그들의 시체로 가득 찰 것이다. 그들은 도저히 우리를 당해 낼 도리가 없어 전멸할 것이라고 온 땅의 주인이신 느부갓네살왕께서 말씀하셨다. 그분이 한번 말씀하신 것은 꼭 이루어지고야 만다.
5 이 암몬의 품팔이꾼 아키오르야, 네가 오늘 이따위 수작을 했으니 너는 나에게 큰 죄를 범했다. 너는 오늘부터, 내가 이집트에서 도망 나온 그 족속에게 원수를 갚는 그 날까지 내 얼굴을 보지 못할 것이다.
6 그때에 내 군대의 칼과 내 종들의 창이 네 옆구리를 꿰뚫을 것이다. 내가 개선하고 돌아 올 때에 너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시체 가운데에 넘어져 있을 것이다.
7 이제 내 종들이 너를 그 산악지대로 데리고 가서 그리로 가는 길목 가까이에 있는 한 도시에 너를 버려 둘 것이다.
8 너는 그들이 멸망할 때까지는 연명을 할 것이다.
9 그들의 도시가 함락되지 않으리라는 희망을 네가 품고 있다면 왜 고개를 들지 못하느냐? 내가 이렇게 한번 말했으니 내가 한번 말한 것은 한 마디도 빠짐없이 다 이루어질 것이다.”
10 홀로페르네스는 막사에서 시중드는 부하들에게 명령하여 아키오르를 붙잡아서 베툴리아로 끌고 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넘겨주라고 하였다.
11 그들은 아키오르를 붙잡아 진영 밖으로 나가 평야로 끌고 간 다음 평야에서 또 산악지대로 올라 가 베툴리아 바로 밑에 있는 샘터에 이르렀다.
12 산성에 있던 사람들은 그들을 발견하자 무기를 들고 도성에서 나와 산꼭대기로 올라갔다. 그리고 돌팔매질하는 사람들은 모두 올라오는 길목을 막고 그들에게 돌을 내려 던졌다.
13 홀로페르네스의 부하들은 산 밑으로 숨어들어 가 아키오르를 묶어서 거기에 눕혀 놓은 다음 자기 군주에게로 돌아갔다.
14 이스라엘 사람들은 산성에서 내려 와 아키오르에게 가까이 와 결박을 풀어 준 다음 베툴리아로 끌고 가서 그 산성의 어른들 앞에 데리고 갔다.
15 그때의 지도자들은 시므온 지파 미가의 아들 우찌야와 고토니엘의 아들 카브리스와 멜키엘의 아들 카루미스였다.
16 그들은 성의 원로들을 모두 소집하였다. 젊은이들과 여자들까지도 급히 몰려 와서 그 회의에 참석하였다. 그들이 아키오르를 군중 한가운데 세우자, 우찌야가 어떻게 된 일이냐고 아키오르에게 물었다.
17 아키오르는 홀로페르네스의 전략회의 내용과 자기가 아시리아 지휘관들에게 한 말과 홀로페르네스가 이스라엘 민족에 대해서 거만하게 지껄여댄 말들을 전해 주었다.
18 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엎드려서 하느님께 경배하고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19 “하늘에 계신 주 하느님, 저들의 거만한 꼴을 내려다보십시오. 우리 백성의 처참한 처지를 불쌍하게 생각하시고 오늘, 하느님께 거룩하게 바친 우리들을 굽어 살피소서.”
20 그리고 그들은 아키오르를 위로하며 크게 칭찬하였다.
21 우찌야는 아키오르를 그 회의장에서 데리고 나와 자기 집으로 인도한 다음, 원로들을 위해서 주연을 베풀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날 밤을 새워 가며 이스라엘의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였다.
제7장
1 그 다음날 홀로페르네스는 자기 전군과 자기 편에 든 모든 사람들에게 베툴리아 쪽으로 진격하라고 명령하였다. 그리하여 고지로 올라가는 통로를 장악하고 이스라엘 사람들과 싸우라고 하였다.
2 그들의 정예병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그 날로 진격하였다. 그들의 군세는 보병이 십칠만, 기병이 만 이천이었고 그 밖에도 군수 물자와 걸어가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았다.
3 그들은 베툴리아 근처 골짜기 샘터 있는 곳에 진을 쳤다. 그 진지의 나비는 도다인에서 벨바임까지였고 그 길이는 베툴리아에서 시작하여 에스드렐론 맞은편에 있는 키아몬에 이르렀다.
4 이 대군을 본 이스라엘 사람들은 몹시 떨며 서로 말하였다. “저놈들이 이제는 온 땅을 휩쓸어버리겠구나! 높은 산도 골짜기도 언덕도 그들의 힘을 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
5 그들은 각각 무기를 들고 탑 위에 횃불을 밝히고 그 밤을 새워가며 지키고 있었다.
6 이틀째 되는 날 홀로페르네스는 베툴리아에 있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기의 온 기병대를 이끌고 나왔다.
7 그리고 이스라엘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성으로 올라가는 길들을 살피고 물줄기를 점령하고 나서 보초병을 세운 다음 진영으로 돌아왔다.
8 에돔 사람들의 영주들과 모압 사람들의 지도자들과 해안 지방 온 사령관들이 그에게 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9 “나리께 빕니다. 당신의 군대가 패배하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10 이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들의 창으로 싸우지 않고 그들이 살고 있는 산의 높은 것을 이용하여 싸웁니다. 그들의 산꼭대기에 올라가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11 그러니 그들과 맞붙어서 싸우지는 마십시오. 그러면 나리께서는 부하 한 사람도 잃지 않을 것입니다.
12 당신은 당신의 모든 군대를 진영에 머물러 있게 하여 병력을 아끼십시오. 그리고 당신의 부하들로 하여금 산기슭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를 장악하게 하십시오.
13 베툴리아의 모든 주민들은 거기에서 나오는 물을 먹고 삽니다. 그러니 그들은 목이 말라서 죽게 되어 마침내 그들의 도성을 포기할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와 우리의 부하들이 가까운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거기에 진을 치고 그 도성에서 한 사람도 빠져 나오지 못하도록 지키겠습니다.
14 그들은 물론, 그들의 처자도 굶어 죽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칼이 그들에게 가 닿기도 전에 자기들이 살고 있는 거리에 죽어 쓰러져 있게 될 것입니다.
15 이렇게 해서 그들이 당신을 순순히 맞아들이지 않고 거역한 죄에 대한 호된 벌을 내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16 그들의 말은 홀로페르네스와 그의 모든 참모들의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홀로페르네스는 그들이 말한 대로 하라고 명령하였다.
17 그래서 암몬 군은 아시리아 사람 5천 명과 함께 이동하여 골짜기에 진을 치고 이스라엘 사람들의 수로와 수원지를 점령하였다.
18 에돔 사람들과 암몬 사람들은 도다인 맞은편에 있는 고지로 올라가서 진을 쳤다. 그들은 자기 사람들 중에서 몇 사람을 남쪽과 동쪽으로 보내어 에그레벨로 향하게 하였다. 에그레벨은 모크무르 냇가 쿠스 근처에 있는 곳이다. 그리고 나머지 아시리아 군은 평원에 진을 치고 온 지면을 뒤덮었는데 그들의 천막과 장비는 수없이 펼쳐져서 그 수량은 굉장하였다.
19 그러자 이스라엘 사람들은 기가 꺾여서 자기들의 주 하느님께 부르짖었다. 그들은 모든 적군에게 포위를 당하여 빠져 나갈 길이 없었던 것이다.
20 아시리아 군은 보병, 기병, 전차들을 총동원하여 이스라엘 사람들을 에워싼 채 삼십사 일이나 끌었다. 베툴리아의 모든 주민들의 물독마다 물이 떨어지고,
21 저수지는 모두 바닥이 나서, 그들이 마실 물을 제한해 주었기 때문에 단 하루도 물을 실컷 마실 수가 없었다.
22 어린이들은 기력을 잃고 부녀들과 젊은이들은 목말라 지쳐서 도성의 길거리와 성으로 통하는 길에 마구 쓰러졌다. 이제는 그들에게 아무런 힘도 없었다.
23 그래서 청년들, 부녀들, 아이들 할 것 없이 모든 백성이 우찌야와 함께 몰려가서 그 도성의 모든 지도자들에게 큰소리로 외치고 원로들에게 대들며 이렇게 말하였다.
24 “당신들과 우리 중에 누가 옳은지 하느님께서 판단하실 것입니다. 당신들이 아시리아 사람들과 진작 화평을 청하지 않아서 우리에게 큰 손해를 끼쳤습니다.
25 이제는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미 우리를 적군의 손에 넘겨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 앞에서 목마르고 지쳐서 죽게 된 것입니다.
26 그러니 어서 그들을 불러들여 온 도성을 그들에게 내어주시오. 그리하여 홀로페르네스의 부하들과 그의 온 군대가 그것을 차지하도록 하시오.
27 차라리 우리가 그들에게 붙잡히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노예가 된다 하더라도 목숨은 건지게 될 것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어린것들이 죽는 것과 또 우리 처자들의 목숨이 끊어지는 것을 우리 눈으로 보지 않게 될 것입니다.
28 하느님께서는 우리 죄와 우리 조상들의 죄를 공정하게 심판하시는 분이십니다. 우리는 하늘과 땅과 우리 조상들의 주님이신 하느님의 이름을 불러 맹세하며 여러분에게 분명히 말하는 바입니다. 하느님께서 오늘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29 그러자 거기 모든 사람들 가운데서 큰 울음소리가 일제히 터져 나왔고, 그들은 주 하느님께 큰소리로 울부짖었다.
30 그러나 우찌야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형제 여러분, 용기를 내십시오. 닷새만 더 참아봅시다. 그 동안에 우리 주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완전히 버리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31 만일 닷새가 지나도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이 오지 않는다면 나는 여러분의 말대로 하겠습니다.”
32 그리고 나서 그는 각각 자기 부서로 사람들을 보냈다. 사람들은 도성의 성벽과 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여자들과 아이들은 집으로 돌려보냈다. 온 도성은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제8장
1 그때 므라리의 딸 유딧이 이 소식을 들었다. 므라리는 옥스의 아들이고, 옥스는 요셉의 아들이고 요셉은 오지엘의 아들이고 오지엘은 엘키아의 아들이고 엘키아는 아나니아의 아들이고 아나니아는 기드온의 아들이고 기드온은 라파임의 아들이고 라파임은 아히툽의 아들이고 아히툽은 엘리야의 아들이고 엘리야는 힐키야의 아들이고 힐키야는 엘리압의 아들이고 엘리압은 나타나엘의 아들이고 나타나엘은 살라미엘의 아들이고 살라미엘은 사라사대의 아들이었다.
2 유딧의 남편은 같은 부족이며 같은 가문에 속하는 므나쎄라는 사람이었는데 그는 보리 추수 때 죽었다.
3 므나쎄는 밭에서 보릿단을 묶고 있는 사람들을 감독하고 있을 때에 일사병에 걸려 자리에 누워 앓다가 자기가 살던 베툴리아에서 죽었다. 그는 도다인과 발라몬 사이에 있는 들에 조상들과 함께 묻혔다.
4 그 후 유딧은 3년 4개월 동안 자기 집에서 과부로 살았다.
5 그 여자는 자기 집 옥상에 천막을 치고 베옷을 입고 과부의 옷차림으로 지냈다.
6 유딧은 과부 생활 하는 동안 안식일 전날과 안식일과 그믐날과 초하룻날과 이스라엘 사람들의 축제일과 경축일을 제쳐놓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단식하였다.
7 그 여자는 매력 있고 용모가 대단히 아름다웠다. 뿐만 아니라 남편 므나쎄로부터 금과 은, 남녀종들 그리고 가축과 토지를 물려받아 그것을 가지고 살았다.
8 또한 그 여자는 하느님을 무척 공경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여자를 비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9 유딧은 사람들이 식수 부족으로 절망하여 자기들의 지도자 우찌야를 원망한다는 말을 들었다. 유딧은 우찌야가 그 도성을 닷새 후에 아시리아 사람들에게 넘겨주겠다고 약속하면서 백성들에게 한 말을 다 듣게 되었다.
10 그래서 유딧은 자기의 온 재산을 관리하는 여자 하나를 보내어 그 도성의 원로, 카브리스와 카르미스를 모셔 오게 하였다.
11 그들이 찾아오자 유딧은 이렇게 말하였다. “베툴리아 성민들의 지도자이신 여러분, 내 말을 들으시오. 여러분이 오늘 백성들에게 한 그 말씀은 옳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만일 주께서 우리를 며칠 안으로 도우시지 않는다면 이 도시를 우리 원수들에게 넘겨주겠다고 하느님 앞에서 맹세한 말이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12 도대체 여러분이 무엇인데 이렇게 오늘 하느님을 시험하는 것입니까? 어째서 여러분은 인간이면서 하느님의 자리에 올라선 것입니까?
13 지금 여러분은 전능하신 주님을 시험해 보지만 결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 것입니다.
14 여러분은 사람의 마음속 깊은 곳을 알아내거나 그의 생각을 파악하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이 모든 것을 만드신 하느님을 알 수 있으며 또 어떻게 그분의 생각을 이해하고 그분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겠습니까? 안 됩니다. 여러분! 주 우리 하느님을 노엽게 해드리지 맙시다.
15 비록 하느님께서 꼭 닷새 안으로 우리를 도우실 생각이 없으시더라도 당신께서 원하시는 때에 우리를 보호해 주시기도 하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를 원수 앞에서 멸하게도 하실 수 있는 권능을 가지고 계십니다.
16 여러분은 주 우리 하느님께서 계획하신 일에 대하여 이렇다 저렇다 말하지 마시오. 하느님은 사람과는 달리 으르거나 달랜다고 해서 움직이시는 분은 아니십니다.
17 그러니까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해 주시기를 기다리면서 우리를 도와주십사고 그분에게 간청합시다. 하느님께서 우리가 간청하는 소리를 좋게 생각하신다면 들어주실 것입니다.
18 오늘은 물론 우리 세대에 있어서는 어느 부족이든지 어느 씨족이든지 간에 또 어느 지방이든지 어느 도시든지 간에 사람의 손으로 만든 우상을 숭배한 사람은 우리 중에 없습니다.
19 그것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칼에 희생되기도 했고 약탈당하기도 했으며 우리 원수들 앞에 무참하게 쓰러지기도 하였습니다.
20 우리는 하느님 외에는 다른 신을 섬긴 일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와 우리 종족 가운데 한 사람도 저버리지 않으실 줄로 믿습니다.
21 우리가 붙잡히게 되는 날에는 온 유다 사람들이 붙잡히게 될 것이며 우리 성소는 유린될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이 신성 모독에 대한 책임을 물으시면서 우리로 하여금 피를 흘리게 하실 것입니다.
22 그리고 우리가 어디로 잡혀가든지 이방인 가운데 우리 동포들이 학살당하게 되고 우리 강토는 빼앗기고 우리의 유산은 짓밟히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를 잡아간 사람들에게서 수치와 모욕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23 우리의 노예 생활은 기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주 우리 하느님께서는 노예 생활을 더욱 수치스럽게 하실 따름입니다.
24 그러니 형제 여러분, 우리는 이제 동포들에게 모범을 보여줍시다. 그들의 생명은 물론 성소와 성전과 제단의 안전도 우리에게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25 이런 모든 사정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하느님께 감사를 드려야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조상들을 시험하셨듯이 지금 우리를 시험하고 계십니다.
26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을 어떻게 하셨는지, 이사악을 어떻게 시험하셨는지, 그리고 시리아의 메소포타미아에서 야곱이 자기 외삼촌 라반의 양떼를 칠 때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27 그들의 충성심을 단련하시기 위하여 불과 같은 시련을 그들에게 주셨지만, 우리는 그와 같이 처벌하시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주님께서는 당신께 가까이 가는 사람들을 깨우쳐주시기 위하여 채찍으로 가르쳐주실 뿐입니다.”
28 그때 우찌야는 유딧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당신이 한 말은 모두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기 때문에 반박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29 당신의 지혜가 오늘 새삼스럽게 드러난 것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당신이 마음씨가 곱고 총명하다는 사실은 모든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바였습니다.
30 그렇지만 사람들이 너무도 목이 말랐기 때문에 우리로 하여금 그런 말을 하게 한 것이며 심지어는 어길 수 없는 맹세까지 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31 당신은 경건한 부인입니다. 우리를 대신해서 주님께 기도해 주십시오. 그러면 주님께서 비를 내리셔서 우리 저수지를 가득 차게 해주실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소멸되지 않을 것입니다.”
32 유딧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내 말을 들으시오. 우리 후손 대에 길이 남을 만한 한 가지 일을 이루어놓겠습니다.
33 오늘 밤 여러분은 성문 곁에 서 있으시오. 그러면 나는 내 여종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겠습니다. 우리 도성을 원수들에게 내어주겠다던 그 날짜 안으로 주님께서는 내 손을 통하여 이스라엘을 구원하실 것입니다.
34 그러나 내가 하려고 하는 일에 대하여 아무 말도 묻지 마십시오. 내가 하는 일을 다 끝낼 때까지는 여러분에게 알려드리지 않겠습니다.”
35 우찌야와 다른 지도자들은 유딧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안녕히 가십시오. 주 하느님께서 당신과 함께 계셔서 우리 원수들을 벌해 주시기를 빕니다.”
36 그리고 나서 그들은 그 집에서 나와 각각 자기 부서로 돌아갔다.
제9장
1 유딧은 땅에 엎드려 머리에 재를 뿌리고 속에 입고 있던 베옷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바로 그때 예루살렘에 있는 하느님의 성전에서 저녁 향을 태우고 있었는데, 유딧은 주님을 향하여 큰소리로 이렇게 기도하였다.
2 “내 조상 시므온의 주 하느님, 주님께서는 시므온에게 칼을 쥐어주셔서 이방인들을 처벌하게 하셨습니다. 처녀의 치마를 벗겨 욕을 보이고 아랫도리를 드러나게 하여 모욕을 주고 태를 범하여 수치를 보게 한 이방인들을 말입니다. 이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님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런 짓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3 그래서 주님은 그들의 지도자들을 학살당하게 하시고, 기만으로 더럽혀진 그들의 침대를 피로 물들이게 하셨으며 노예를 군주와 더불어, 군주를 옥좌와 더불어 쳐서 쓰러지게 하셨습니다.
4 당신은 그들의 아내들을 빼앗기게 하시고, 그들의 딸들을 포로로 잡혀가게 하시고, 그들의 모든 무기를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자녀들이 나누어가지게 하셨습니다. 당신의 자녀들은 당신께 대한 열성이 대단하였고, 그들의 피로 더러워지는 것을 싫어하였으며, 당신께 도움을 청하였습니다. 하느님, 나의 하느님, 이 과부의 말을 들어주소서.
5 그런 일들과, 그보다 먼저 일어난 일들과, 그 후에 일어난 일들은 모두 당신께서 하신 일입니다. 그리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앞으로 있을 일들은 당신께서 계획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께서 생각하신 것은 모두 다 이루어졌습니다.
6 당신께서 원하시기만 하면 무엇이든지 나타나서 ‘여기 대령했습니다.’하고 말하였습니다. 당신은 가실 길을 모두 미리 마련하셨고 어떤 심판을 내리실지 미리 아시고 결정하셨습니다.
7 저 아시리아 사람들은 병력이 대단합니다. 그들은 말과 기병들을 가지고 우쭐대고 있으며 보병의 위력을 가지고 뽐냅니다. 그리고 방패와 칼과 창과 팔매총을 가지고 자신만만해 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당신께서 전쟁을 승리로 이끄시는 주님이시라는 것을 모릅니다.
8 당신의 이름은 주님이십니다. 당신의 능력으로 그들의 강한 힘을 쳐부수시고 당신의 분노를 일으키시어 그들의 세력을 꺾어주소서. 그들은 당신의 성소를 모독하고 당신의 영광스러운 이름이 머물러 있는 곳을 더럽히며 당신 제단에 있는 뿔을 칼로 쳐 내릴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9 그들의 거만한 자세를 보시고 당신의 분노를 그들 머리 위에 퍼부어주소서. 이 과부에게 뜻하는 일을 이룰 수 있는 힘을 주소서.
10 간계를 꾸미는 이 입술을 이용하여 원수들을 넘어뜨리소서. 종들을 그 상전과 함께 상전을 그 신하와 함께 쓰러지게 하소서. 그리고 여자의 손을 이용하여 그들의 콧대를 꺾으소서.
11 당신의 위력은 많은 수효에 있지 아니하고 당신의 능력은 힘센 사람에게 있지 않습니다. 당신은 보잘것없는 사람들의 하느님이시고 불쌍한 사람들을 도우시는 분이시며, 약한 자를 붙들어주시는 분이시요, 버림받은 사람들의 보호자이시며, 희망 없는 사람들의 구조자이십니다.
12 당신은 참으로 내 조상의 하느님이시요, 이스라엘을 상속으로 주시는 하느님으로서 하늘과 땅을 다스리시고 물을 만들어주신 분이시며 모든 피조물의 왕이십니다. 내 기도를 들어주소서.
13 원수들을 속여서 타격을 주고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구변을 주소서. 그들은, 당신의 계약과 당신의 성전과 시온 산과 당신의 자녀들이 소유하고 있는 집을 해치려고 흉악한 음모를 꾸미고 있습니다.
14 바로 당신께서 모든 권능과 위력을 가지신 하느님이시라는 것과 오로지 당신밖에는 아무도 이스라엘 민족을 보호하실 분이 없다는 것을 모든 나라와 당신의 모든 족속들이 깨달아 알게 하여주소서.”
제10장
1 유딧은 이렇게 이스라엘의 하느님께 모든 것을 다 말씀드리고 부르짖기를 끝냈다.
2 그리고 나서 유딧은 일어나 시녀를 불러, 자기가 안식일과 축제일을 지내던 그 집으로 함께 내려갔다.
3 유딧은 속에 입었던 베옷을 벗고 과부 옷차림을 벗어버렸다. 그리고 온몸을 물로 씻고 좋은 향유를 바른 다음, 머리를 빗고 그 위에 처네를 쓰고 자기 남편 므나쎄가 살아 있을 때 입던 화려한 옷을 차려 입었다.
4 신을 신고 발목가락지와, 팔찌와 반지를 끼고 귀걸이와 그 밖에 가지고 있는 모든 장식을 붙이고 남자들의 눈을 홀릴 만큼 요란하게 꾸몄다.
5 유딧은 하녀에게 포도주가 든 가죽부대와 기름단지를 주었고, 보리볶음과 전과와 부정타지 않은 빵을 부대에 넣어주었으며 자기의 그릇을 싸서 짊어지게 하였다.
6 그들은 베툴리아 성문으로 나가서 거기에서 원로 카브리스와 카르미스를 데리고 기다리고 있는 우찌야를 만났다.
7 그들은 유딧의 용모가 완전히 달라졌고 옷마저 갈아입은 것을 보았을 때 그 미모에 넋을 잃었다. 그리고 그 여자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8 “우리 조상들의 하느님께서 당신에게 은총을 베푸셔서 이스라엘 사람들의 명예와 예루살렘의 영광을 드높이기 위한 당신의 계획이 이루어지게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9 유딧은 엎드려서 하느님께 경배하고 나서 그들에게 말하였다. “성문을 열라고 명령해 주십시오. 그러면 내가 나가서 여러분이 나에게 이야기한 그 모든 일을 이루겠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 여자가 부탁한 대로 청년들에게 문을 열어주라고 명령하였다.
10 그들이 성문을 열자 유딧은 자기 하녀를 데리고 그곳을 빠져 나갔다. 그 도성 사람들은 유딧이 산을 내려가 골짜기를 지나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지켜보았다.
11 유딧과 그의 하녀는 골짜기로 곧장 내려갔을 때 아시리아 보초병과 마주치게 되었다.
12 아시리아 사람들은 그 여자를 데려다가 심문하였다. “당신은 어느 나라 사람이오? 어디서 왔소? 어디로 가는 거요?” 그러자 유딧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는 히브리 여자인데 히브리 사람들이 멀지 않아 당신들에게 먹혀버리게 되었기 때문에 그들에게서 도망쳐 나오는 길입니다.
13 그래서 나는 당신들 군대의 총사령관인 홀로페르네스에게로 가서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또 나는 그가 올라가 산악 지대를 모두 정복할 수 있는 길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러면 그의 부하 가운데 한 사람도 목숨을 잃지 않게 될 것입니다.”
14 그 사람들은 유딧의 말을 들으면서 그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고 유딧의 아름다움에 탄복하였다. 그리고 그 여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15 “당신은 재빨리 우리 대장님 편으로 내려왔기 때문에 목숨을 건진 것입니다. 그러니 어서 대장님 천막으로 가시오. 우리들 가운데 몇 사람이 당신을 인도하여 대장님께 맡기겠습니다.
16 그분 앞에 나서거든 무서워하지 말고 우리에게 얘기한 대로 다 말하시오. 그러면 그분이 당신을 잘 대해 주실 것입니다.”
17 그리고 나서 그들 중에서 100명이 뽑혀 유딧과 그 하녀들을 호송하여 홀로페르네스의 천막으로 인도하였다.
18 여자가 왔다는 소문이 온 천막에 퍼지자 진영은 떠들썩했다. 보고가 들어갈 때까지 유딧은 홀로페르네스의 천막 밖에 서 있었는데 그 때 군인들은 모두 몰려나와 그 여자를 에워쌌다.
19 그들은 유딧의 아름다움에 놀랐고 또 그 여자의 아름다움을 미루어보아 이스라엘 남자들이 얼마나 훌륭할까 하고 생각하며 감탄하였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이와 같은 여자를 가지고 있는 저 민족을 어떻게 얕잡아 볼 수 있겠는가? 이런 사람들을 한 사람이라도 남겨두었다가는 그들이 온 세상을 속여 먹고 말 것이다.”
20 홀로페르네스를 받드는 보좌관과 그의 시종들이 나와서 유딧을 천막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21 홀로페르네스는 진홍포와 금과 에머랄드와 보석으로 장식된 휘장으로 둘러싼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22 그는 유딧이 왔다는 전갈을 듣고 은촛대를 앞에 들고 천막 입구로 나갔다.
23 유딧이 홀로페르네스와 그의 시종들 앞에 나타났을 때 그들은 그 미모에 깜짝 놀랐다. 유딧은 꿇어 엎드려 홀로페르네스에게 절을 하였다. 그러자 그의 종들이 유딧을 일으켜 세웠다.
제11장
1 홀로페르네스는 유딧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부인, 안심하시오. 무서워할 것 없소. 온 땅을 다스리시는 느부갓네살 왕을 섬기기로 마음먹은 사람에게 나는 절대로 해를 끼치는 일이 없소.
2 산간에 사는 당신 동족들이 나를 멸시하지 않았던들 그들에게 창을 겨누지는 않았을 것이오. 그러나 그들 스스로가 이렇게 하도록 만들었소.
3 당신이 무엇 때문에 그들에게서 우리에게로 도망쳐 왔는지 이야기해 보시오. 살기 위해 온 것이 아니요? 안심하시오. 오늘 밤은 물론 앞으로도 당신의 생명은 안전하오.
4 아무 데도 당신을 해칠 사람은 없소. 당신은 나의 상전이신 느부갓네살 왕을 섬기는 사람들이 좋은 대우를 받듯이 당신도 좋은 대우를 받을 것이오.”
5 유딧이 그에게 대답하였다. “당신 여종의 청을 들어주시고 이 소녀가 당신 앞에서 말씀 드리게 해주십시오. 오늘 밤 장군님께 말씀 드리는 것은 거짓말이 아닙니다.
6 이 소녀가 드리는 말씀을 그대로 따르시기만 한다면, 하느님께서는 당신과 함께 이 일들을 완전히 이루실 것입니다. 그리고 장군님은 계획하신 일에 하나도 실패하시지 않을 것입니다.
7 온 땅을 다스리시는 느부갓네살 왕 만세! 그 크신 능력이 영속되기를 빕니다. 그분은 모든 생물을 올바르게 다스리도록 당신을 보내신 분이십니다. 인간들만이 당신을 통하여 그분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들의 짐승과 가축과 하늘의 새들까지도 당신의 위력을 통하여 느부갓네살 왕과 그 집안을 섬기며 살게 될 것입니다.
8 우리는 당신이 지혜롭고 총명한 분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전국에서 오직 당신만이 훌륭하고 지식이 풍부하고 전술이 뛰어난 분이시라는 것을 온 세상이 다 알고 있습니다.
9 아키오르가 당신이 주관하던 회의 때 한 말을 우리는 들었습니다. 베툴리아 사람들이 아키오르를 구해 준 일이 있었는데 그때 그는 자기가 당신 앞에서 한 모든 말을 베툴리아 사람들에게 들려주었습니다.
10 그러니 나의 상전이신 장군님, 그의 말을 무시하지 마십시오. 그의 말은 참말이니 마음속에 잘 새겨들으십시오. 우리 민족은 하느님께 대해서 죄를 짓지 않는 한, 벌 받거나 칼에 지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11 그러나 그들은 이미 죄에 빠져서, 해서는 안 될 일을 하여 하느님의 분노를 샀기 때문에 죽음을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제 장군님께서는 패배하거나 실패하지 않을 것입니다.
12 그들은 식량이 없어지고 물도 다 떨어졌기 때문에 자기들의 가축을 죽이려고 하였고 또 하느님께서 율법을 통하여 먹지 말라고 명령한 것을 모두 먹으려고 했습니다.
13 그뿐 아니라 우리 하느님 앞에 나가서 봉사하는 예루살렘의 사제들만이 먹을 수 있도록 거룩하게 따로 떼어두었던 곡식의 맏물, 그리고 포도주와 올리브기름의 10분의 1세 등 일반 사람들이 도저히 건드릴 수 없는 것들을 먹어 치우려고 했습니다.
14 예루살렘 사람들도 역시 그런 짓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베툴리아 사람들은 예루살렘으로 대표를 보내어 원로원의 허락을 얻어오라고 했습니다.
15 원로원이 허락하는 대로 그들은 틀림없이 그대로 행동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그들은 그날로 당신 손에 넘어가 망하게 될 것입니다.
16 그래서 이 여종이 모든 것을 알고 그들에게서 도망쳐 나왔습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보내셔서 세상 사람들이 듣기만 해도 깜짝 놀랄 일을 당신과 함께 해내도록 하셨습니다.
17 당신의 이 여종은 밤이나 낮이나 하늘에 계신 하느님을 섬기며 경건한 생활을 하는 사람입니다.
18 그래서 나의 장군님, 이제는 내가 당신 곁에 있겠습니다. 그리고 밤에는 골짜기로 나가서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 언제 그들이 죄를 범하는지를 나에게 알려주실 것입니다. 그러면 내가 와서 당신에게 알려드릴 테니 당신은 온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가십시오. 그러면 당신을 맞설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19 당신이 유다 한복판을 지나 예루살렘에 도착할 때까지 내가 인도하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올라설 자리를 예루살렘 한가운데 세우겠습니다. 그러면 당신이 그들을 목자 없는 양들처럼 몰아내게 될 것이며 당신 앞에서 감히 개도 짖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나에게 미리 알려주시려고 말씀하시며 전해 주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당신에게 알려드리라고 나를 보내주셨습니다.”
20 홀로페르네스와 그의 신하들은 유딧의 이 말을 듣고 기뻐하였다. 그들은 그 여자의 지혜에 놀라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21 “이 여자처럼 용모가 아름답고 말재주가 훌륭한 사람은 이 세상 아무 데도 없을 것이다.”
22 홀로페르네스는 유딧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그 백성들보다 먼저 당신을 보내어 우리 손에 힘을 주시고 내 주를 업신여긴 그들에게 멸망을 가져다주신 하느님은 참 고마우신 분이오.
23 당신은 용모도 아름답고 말솜씨도 뛰어납니다. 당신의 하느님은 내 하느님이 되고 또 당신은 느부갓네살 왕의 궁전에서 살게 될 것이며 이름을 온 세계에 떨치게 될 것이오.”
제12장
1 홀로페르네스는 부하들에게 유딧을 자기의 은그릇들이 놓여 있는 방 안으로 인도하라고 명령하였다. 그리고 자기를 위해 만들어진 요리와 포도주를 그 여자에게 대접하라고 분부하였다.
2 그러나 유딧은 이렇게 말하며 사양하였다. “율법을 범하지 않기 위하여 나는 그런 것은 먹지 못하겠습니다. 내가 가져온 음식을 먹겠습니다.”
3 홀로페르네스가 유딧에게 말하였다. “만일 당신이 가져온 식량이 다 떨어진다면 우리가 어디서 그런 음식을 구해올 수 있겠소? 여기에는 당신 나라 사람은 하나도 없소.”
4 유딧이 그에게 대답하였다. “장군님, 당신이 살아계시는 것이 확실한 것처럼 당신 여종이 가져온 식량도 떨어지지 않을 것이 확실합니다. 그 식량이 떨어지기 전에 주님께서는 뜻하신 일들을 나를 통하여 다 이루실 것입니다.”
5 홀로페르네스의 시종들은 유딧을 천막 안으로 인도하였다. 그 여자는 밤이 깊도록 정신없이 자고 새벽녘에 일어나
6 홀로페르네스에게 사람을 보내어 “나의 장군님, 당신의 여종이 기도하러 밖에 나갈 수 있는 허락을 받도록 명령해 주십시오.”하고 부탁하였다.
7 홀로페르네스는 호위병에게 여자가 나가는 것을 막지 말라고 명령하였다. 사흘 동안 여자는 진영에 머물러 있으면서 밤마다 베툴리아의 산골짜기로 나가서 진영에 있는 샘물에 몸을 담갔다.
8 그리고 물에서 올라와 이스라엘의 주 하느님께 기도하며 이스라엘이 갈 길을 열어주시고 하느님의 백성이 다시 일어서게 해달라고 하였다.
9 그리고 나서 그 여자는 깨끗한 몸으로 돌아와서 저녁 밥상이 나올 때까지 천막 안에 누워 있었다.
10 나흘째 되던 날 홀로페르네스는 연회를 베풀었는데 가까이 있는 부하들만 청하고 장교들은 하나도 청하지 않았다.
11 홀로페르네스는 자기의 모든 것을 관리하는 내시 바고아에게 말하였다. “네 책임 하에 있는 저 히브리 여자에게 가서 우리에게로 와서 우리와 함께 먹고 마시자고 타일러라.
12 그런 여자와 한 번도 놀아보지 못하고 그대로 돌려보낸다는 것은 우리의 수치다. 데려오지 않는다면 도리어 그 여자가 우리를 비웃을 것이다.”
13 바고아는 홀로페르네스 앞을 물러나 유딧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 이렇게 말하였다. “어여쁜 아가씨, 조금도 주저하지 말고 장군님 앞에 들어가 장군님과 함께 영광을 누리십시오. 그리고 우리와 함께 포도주를 마시며 즐깁시다. 이 날은 느부갓네살 궁전에서 시중드는 아시리아의 딸처럼 되십시오.”
14 유딧이 그에게 대답하였다. “내가 어떻게 감히 장군님의 뜻을 거역할 수가 있겠습니까? 무엇이든지 그분의 눈에만 든다면 서슴지 않고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내 평생의 기쁨이 될 것입니다.”
15 이렇게 말하고 나서 유딧은 일어나 옷을 잘 차려 입고 여러 가지 장식품으로 단장하였다. 그리고 유딧의 하녀는 먼저 나가서 유딧이 식사할 때에 앉을 수 있도록 폭신한 양가죽을 홀로페르네스 앞에 깔아놓았다. 그 양가죽은 바고아가 유딧에게 매일 쓰라고 준 물건이었다.
16 유딧이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그 여자를 보고 홀로페르네스는 가슴이 설레고 마음이 동요되어 함께 자고 싶은 강한 욕망에 사로잡혔다. 실상 그는 그 여자를 보게 된 첫날부터 그 여자를 유혹할 기회만을 엿보고 있었던 것이다.
17 홀로페르네스는 그 여자에게, “자, 어서 잔을 드시오. 우리와 함께 즐깁시다.”하고 말하였다.
18 유딧은 “그럼 마시겠습니다, 장군님. 세상에 나온 이후로 오늘이 내 생애에 있어서 그 어느 날보다도 더 영광스러운 날입니다.”하고 말하였다.
19 그리고 나서 유딧은 자기 하녀가 준비해 온 음식을 받아, 홀로페르네스 앞에서 먹고 마셨다.
20 홀로페르네스는 그 여자 때문에 기분이 아주 좋았다. 그래서 그는 포도주를 마음껏 마셨다. 그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후 단 하루도 그렇게 많이 마셔본 일이 없었다.
제13장
1 저녁때가 되어 그의 종들은 총총히 물러나갔다. 바고아는 천막을 밖으로 잠가버리고 시종들을 장군 앞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였다. 그들은 연회가 오래 계속되었기 때문에 모두 지쳐서 제각기 잠자리로 돌아갔던 것이다.
2 유딧만이 천막 안에 혼자 남아 있었고 홀로페르네스는 잔뜩 취하여 침대 위에 쓰러져 있었다.
3 유딧은 하녀에게 일러서 침실 밖에 서 있다가 자기가 매일 하던 대로 밖으로 나가는 것을 기다리라고 하였다. 자기는 기도하러 밖으로 나가겠다고 말하였던 것이다. 또 바고아에게도 그와 같은 말을 해두었다.
4 모든 사람이 물러가고 낮은 사람이건 높은 사람이건 침실에 남아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유딧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전능하신 주 하느님, 예루살렘을 높이기 위하여 제 손으로 하려는 일을 돌보아주십시오.
5 지금이 바로 당신의 유산을 확보할 때이며 우리에게 대들던 원수들을 쳐부수려는 저의 계획을 실행할 때입니다.”
6 유딧은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맡에 있는 침대 기둥 쪽으로 가서 거기 걸려 있는 그의 칼을 집어 내렸다.
7 그리고 침대로 다가와 홀로페르네스의 머리털을 움켜잡고 “이스라엘의 주 하느님, 오늘 저에게 힘을 주십시오.”하고 말하였다.
8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하여 홀로페르네스의 목덜미를 2번 내리쳐서 그의 머리를 잘라버렸다.
9 그리고 나서 그의 몸을 침대에서 굴러 내리고 기둥으로부터 휘장을 걷어서 치워버렸다. 잠시 후에 유딧은 밖으로 나가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자기 하녀에게 주었다.
10 하녀는 그것을 곡식 자루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기도하러 다닐 때처럼 함께 밖으로 나갔다. 그들은 진영을 빠져 나와 거기 있는 계곡을 돌아 베툴리아 산으로 올라가 마침내 베툴리아의 성문에 이르렀다.
11 유딧은 멀리서 성문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열어주시오. 성문 좀 열어주시오. 하느님, 우리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오늘 이렇게 해주신 것처럼 힘과 그리고 또 원수를 누르는 권능을 이스라엘 사람들 가운데 나타내 보이셨습니다.”
12 그들은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 성문으로 서둘러 내려갔다. 그리고 도성의 원로들을 불러 모았다.
13 유딧이 돌아왔다는 것이 너무나 뜻밖이어서 낮은 사람으로부터 높은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달려왔다. 그들은 성문을 열고 유딧과 그의 하녀를 맞아들였다. 그리고 불을 피워 밝게 한 다음, 그 여자들을 둘러쌌다.
14 유딧은 큰소리로 그들에게 말하였다. “하느님을 찬양하시오. 찬양하고 또 찬양하시오. 이스라엘 집안에서 자비의 손길을 떼지 않으시고 바로 이 밤에 나의 손을 통해서 우리의 원수들을 쳐부수셨습니다.”
15 유딧은 자루에서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꺼내어 그들에게 보여주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자, 보시오. 아시리아 총사령관 홀로페르네스의 머리가 여기 있습니다. 또 휘장이 여기 있습니다. 그 안에서 홀로페르네스가 잔뜩 취해 가지고 누워 있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여자의 손을 통하여 그를 치셨습니다.
16 내 길을 걸어갈 때 나를 지켜주신 주님 만세! 내 얼굴이 그를 유혹하여 그를 죽게 했을망정 그는 나를 범하여 더럽히거나 욕을 보이지는 못했습니다.”
17 모든 사람은 대단히 놀라서 꿇어 엎드려 하느님을 경배하며 소리를 합하여 말하였다. “오늘 당신 백성의 원수들을 없애버리신 우리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18 그러자 우찌야가 유딧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이 세상 어느 여자보다도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 앞에서 복 받은 여자입니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느님, 우리 원수의 대장의 목을 자르게 해주신 주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19 당신이 희망하던 일이 사람들의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그들은 하느님의 강한 힘을 길이 기억할 것입니다.
20 당신은 우리 민족이 굴욕을 당하였을 때에 자기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도리어 우리 하느님 앞에서 곧바로 걸어감으로써 우리들에게 닥쳐온 재난을 물리쳤습니다. 이와 같이 당신이 성취한 일들을 하느님께서 길이 높이시고 좋은 상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백성들이 “아멘, 아멘.”하고 응답하였다.
제14장
1 유딧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동포 여러분, 내 말대로 하십시오. 이 머리를 가져다가 당신들의 망대 위에 걸어놓으십시오.
2 날이 밝아 땅 위에 해가 솟아오르게 되면 당신들은 각각 무기를 들고 힘센 사람은 모두 도성 밖으로 나가십시오. 그들에게 지휘관을 앞세워 아시리아 군의 초소로 향하여 평야로 내려가는 체하십시오. 그러나 당신들은 그리로 내려가지 마십시오.
3 아시리아 군인들은 무기를 가지고 그들의 진영으로 서둘러 돌아가서 그들의 군대 참모들을 깨울 것입니다. 참모들은 홀로페르네스의 천막으로 달려가겠지요. 그러나 그를 보지 못하게 되면, 그들은 겁을 집어 먹고 당신들 앞에서 달아나 버릴 것입니다.
4 당신들은 물론 이스라엘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그들을 쫓아가 달아나는 그들을 쳐 죽이십시오.
5 이렇게 하기 전에 먼저 암몬 사람 아키오르를 나에게로 불러다가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보이십시오. 와서 보고 그가 이스라엘을 멸시하고, 또 자기를 죽이려고 우리에게로 보냈던 홀로페르네스임을 확인하게 하십시오.”
6 그래서 그들은 아키오르를 우찌야의 집에서 불러내었다. 그는 나와서 거기 모여 있던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들고 있던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보고 그만 기절해 넘어졌다.
7 사람들이 그를 일으켜 세웠을 때 그는 유딧의 발밑에 엎드려 절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유다에 사는 모든 주민들과 그 밖의 모든 나라들은 당신을 찬양할 것이며 당신의 이름만 들어도 부들부들 떨 것입니다.
8 요사이 당신이 하신 모든 일들을 지금 나에게 들려주십시오.” 그래서 유딧은 모든 사람들 앞에서 자기가 떠나던 날부터 그들에게 이야기를 시작하던 그때까지 자기가 한 모든 일을 낱낱이 이야기해 주었다.
9 유딧이 이야기를 마치자 사람들은 큰소리를 지르고 온 도성에는 환성이 울려 퍼졌다.
10 아키오르는 그 자리에서 할례를 받고 이스라엘 민족의 한 사람이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11 동틀 무렵에 사람들은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망대 위에 걸어놓았다. 사람들은 모두 각각 자기 무기를 들고 떼를 지어 산길로 나섰다.
12 아시리아 사람들은 상관에게 전령을 보냈고 또 직속상관들은 고급장교들에게 가서 보고하고 고급장교들은 자기들의 모든 지휘관에게 가서 보고하였다.
13 그들은 홀로페르네스에게 속한 모든 것을 관리하는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저 노예들이 전멸을 당하려고 감히 우리에게로 내려와 싸움을 겁니다.”
14 바고아는 천막문을 두드렸다. 그는 홀로페르네스가 유딧과 함께 자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15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아 문을 밀고 침실로 들어가 보니 홀로페르네스는 머리가 달아난 채로 땅바닥에 나동그라져 있었다.
16 바고아는 큰소리를 내어 부르짖으며 울고불고 통곡하였다. 그리고 자기 옷을 찢었다.
17 그리고 나서 그는 유딧이 머물러 있는 천막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러나 여자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에게로 달려 나와 부르짖었다.
18 “저 노예들이 우리를 속였다. 히브리 여자 단 한 사람이 느부갓네살 왕국에 욕을 보였다. 자, 보아라. 홀로페르네스가 땅에 쓰러져 있고 그의 목은 달아났다.”
19 아시리아 군의 지휘관들은 이 말을 듣고 크게 당황하여 옷을 찢었다. 그들의 진영에서는 울부짖는 소리가 크게 터져 나왔다.
제15장
1 천막 안에 있던 사람들도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2 그들은 겁에 질려 떨며 자기 동료를 떠나 일제히 흩어져 산길과 들길로 닥치는 대로 달아났다.
3 베툴리아를 둘러싼 산지에 진을 치고 있던 사람들도 달아났다. 그 때에 모든 이스라엘 용사들이 그들을 추격하였다.
4 우찌야는 베트마스타임, 베배, 코바, 콜라 그리고 이스라엘 전역에 사람을 보내어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을 알리게 하고 적군을 추격하여 없애버리라고 하였다.
5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 소식을 듣고 일제히 적군에게 달려들어 코바까지 그들을 쫓아가 쳐죽였다. 예루살렘과 온 산악 지대의 사람들도 적진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소식을 전해 듣고 공격에 가담하였다. 또 길르앗과 갈릴래아에 사는 사람들도 다마스쿠스까지 따라가서 적군을 측면으로 공격하여 큰 타격을 주었다.
6 베툴리아에 남아 있던 주민들은 아시리아 진지로 뛰어 들어가 재물을 빼앗아 큰 부자가 되었다.
7 적군을 학살하고 돌아오던 이스라엘 군인들은 남아 있는 전리품을 차지하였고 산과 평야의 여러 마을 주민들도 많은 전리품을 손에 넣었다. 거기에는 물건이 많이 있었다.
8 대사제 요야킴과 예루살렘에 살던 모든 주민들은 주님께서 이스라엘에게 나타내신 놀라운 일을 똑똑히 보고 유딧을 만나 축하하려고 왔다.
9 그들은 모두 찾아와서 입을 모아 유딧을 축복하였다. “당신은 예루살렘의 영광이요, 이스라엘의 영예이며, 우리 민족의 자랑입니다.
10 당신은 이 모든 일을 당신 손으로 이루었고 이스라엘을 위해 좋은 일을 했습니다. 하느님께서도 이것을 기쁘게 여기십니다. 전능하신 주님의 축복을 영원토록 받기를 빕니다.” 그러자 모든 백성들이 “아멘.”하고 응답하였다.
11 이스라엘 사람들은 삼십 일 동안 적군의 진영을 약탈하였다. 그리고 홀로페르네스가 쓰고 있던 천막과 모든 은붙이와 침상과 그릇과 가구를 유딧에게 주었다. 유딧은 그것을 받아 자기의 나귀에도 실었고 마차를 준비하여 그 위에도 실었다.
12 이스라엘의 모든 여자들은 유딧을 보려고 달려와서 그 여자를 찬양하였다. 그들 중 몇은 춤과 노래로 유딧을 축하하였다. 유딧은 나뭇가지를 집어다가 자기와 함께 있던 여자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13 유딧과 다른 여자들은 올리브로 관을 만들어 썼다. 그리고 춤을 출 때에 유딧은 여자들을 인도하며 모든 사람들의 앞장을 섰다. 한편 이스라엘의 모든 남자들은 갑옷을 입고 관을 쓰고 노래를 부르면서 그들을 뒤따랐다.
14 그때에 유딧은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 앞에서 감사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모든 사람들이 큰소리로 합창하였다.
제16장
1 “북을 치며 우리 하느님을 찬양합시다. 징을 치며 주님을 노래합시다. 시와 노래로 그분을 찬양하고 그분의 이름을 높이며 크게 불러봅시다.
2 주님은 전쟁을 쳐부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이 몸을 원수들의 손에서 건져주시고 백성들 가운데 마련하신 당신의 진영 안으로 인도하셨습니다.
3 아시리아 사람이 수많은 군대를 거느리고 북쪽 산으로부터 내려왔습니다. 그 수많은 군대가 모든 골짜기를 메우고 그 기병대는 모든 언덕을 뒤덮었습니다.
4 그는 우리나라에 불을 지르고 우리 청년들을 칼로 찌르고 젖먹이들을 땅에 내던지고 어린이들을 붙잡아가고 처녀들을 납치해 가겠다고 큰소리쳤습니다.
5 그러나 전능하신 주님께서는 여성의 손을 통해서 원수들을 물리치셨습니다.
6 그들 가운데 제일 강한 용사를 젊은이들이 쓰러뜨린 것도 아니요, 거인들이 때려눕힌 것도 아니요, 키 큰 장수들이 눌러버린 것도 아니요, 므라리의 딸 유딧이 자기의 아름다운 얼굴로 꼼짝 못하게 만든 것입니다.
7 유딧은 과부의 상복을 벗어버리고 고통당하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이끌어 올렸습니다.
8 유딧은 향유를 얼굴에 바르고 처네로 머리를 꾸미고 고운 천으로 만든 옷을 걸치고 그를 속였습니다.
9 유딧의 신이 그의 눈을 낚아채고 유딧의 아름다움이 그의 영혼을 사로잡았습니다. 칼이 그의 목을 베어버렸습니다.
10 페르시아인들은 유딧의 과감한 행동에 소스라치고 메대인들은 유딧의 용기에 떨었습니다.
11 그때 멸시받던 내 백성이 고함을 치고 연약하던 내 백성이 큰소리를 지르니 원수들은 겁을 먹고 질려버렸습니다. 내 백성이 더 크게 외치니 원수들은 달아나 버렸습니다.
12 종의 자식들도 그들을 무찌르고 달아나는 종을 다루듯이 상처를 입혔습니다. 원수들은 우리 주님의 군대에게 전멸되었습니다.
13 나는 내 하느님께 새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주님, 주님은 위대하시고 영광스러운 분이십니다. 주님의 힘은 참으로 놀라우시고 아무도 대적할 수 없습니다.
14 당신의 모든 피조물은 당신을 섬겨야 합니다. 모든 피조물은 당신의 말씀으로 생겨났습니다. 당신께서 입김을 불어넣으시니 만물이 생명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무도 당신의 말씀을 거역할 수 없사옵니다.
15 산과 물이 밑바닥부터 온통 뒤흔들릴 것이며 바위가 당신 앞에서 초처럼 녹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을 경외하는 사람들에게는 자비를 베푸시옵니다.
16 감미로운 향기를 풍기는 제사도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더구나 주님께 드리는 기름진 제물도 아무 가치가 없사옵니다. 다만 주님을 경외하는 사람이 언제나 위대합니다.
17 우리 민족을 거슬러 일어나는 나라들에게는 화가 미칠 것입니다. 전능하신 주님께서 심판의 날에 그들을 벌하실 것이며 또한 그들을 불과 구더기에게 내맡길 것입니다. 그러면 그들은 영원히 고통을 받으며 통곡할 것입니다.
18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께 돌아와 예배를 드렸다. 그들은 정결예식을 끝낸 다음 번제물과 자유로 바치는 제물과 예물을 드렸다.
19 유딧은 사람들에게서 받은 홀로페르네스의 소유물을 모두 하느님께 바쳤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홀로페르네스의 침실에서 가져온 휘장을 하느님께 기념품으로 바쳤다.
20 사람들은 3달 동안 예루살렘의 성전에서 축제를 벌였고 유딧도 그들과 함께 머물러 있었다.
21 축제가 끝난 다음 사람들은 각각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유딧은 베툴리아로 돌아와 자기 재산을 가지고 살았다. 유딧은 그의 당대에 온 세상에 유명하여졌다.
22 자기를 탐내는 남자가 많았지만 그 여자는 아무하고도 관계하지 않았다. 므나쎄가 죽어서 조상들 옆에 묻힐 때부터 일생 동안 줄곧 혼자 살았던 것이다.
23 그 여자는 더욱더 유명해졌고 자기 남편의 집에서 105세까지 살았다. 유딧은 여종에게 자유를 주고 베툴리아에서 죽었는데 남편 므나쎄의 무덤에 합장되었다.
24 온 이스라엘 백성은 이레 동안 애도하였다. 유딧은 죽기 전에 자기 재산을 남편 므나쎄의 식구들과 친정 식구들에게 나누어주었다.
25 유딧이 살아 있을 때는 물론 그 여자가 죽은 후에도 오랫동안 이스라엘 사람들을 위협하는 자들이 없었다.